마블 코믹스의 히어로 영화 '데드풀'로 유명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는 배우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입을 모아 '마케팅 천재'라고 불리고 있다. 칸 라이언즈 같은 마케팅 행사에서 매년 연사로 초청되고 2020년에는 미국 마케팅 전문지 애드위크로부터 '브랜드 선구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업 수완도 탁월한데 2018년 주류회사인 에비에이션 진을 인수해 2년 뒤 디아지오에 6억 1,000만 달러(7,250억 원)에 매각했고 통신사인 민트 모바일을 인수해 3년 만에 순이익을 500배 키웠다. 마케팅 회사 맥시멈 에포트에서 위의 두 광고를 제작하다가 인수까지 했다. 이후 넷플릭스, 삼성전자, 펠로톤 등의 광고도 제작하여 큰 화제를 모았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 이전 연이은 흥행 실패로 데드풀의 제작비와 마케팅비는 다른 마블 영화에 비해서 넉넉하지 않았다. 직접 발로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레이놀즈는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다양한 저예산 마케팅을 펼쳤다. 데이팅 앱 틴더에 계정을 만들거나 할로윈데이 때는 데드풀 복장을 하고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유튜브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데드풀은 성공했고, 이때 얻은 노하우로 맥시멈 에포트를 창업하고 본격적으로 마케팅 사업을 시작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 마케팅의 경험을 살려 저예산, B급 감성의 유머러스한 광고에 집중했다. 특히나 이미 이슈가 되어있는 것을 빼앗아오는 '하이잭 마케팅(Hijack Marketing)'과 정확한 시기에 맞춰서 진행하는 '시즈널 마케팅(Seasonal Marketing)을 잘하는 마케터로 주목받았다.
2019년 미국의 스포츠기구 브랜드인 펠로톤은 'The Gift That Gives Back'이라는 광고를 공개했다. 남편이 아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펠로톤 실내 사이클을 선물하고, 아내는 고마워하며 1년 동안 사이클로 운동한 영상을 촬영하여 남편에게 되돌려준다는 훈훈한 내용의 광고이다. 하지만 남편이 아내에게 날씬한 몸매를 강요하는 성차별적인 내용과 신체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요한다는 대중의 비판을 받았다.
이 광고로 펠로톤의 주식은 9%가 하락하며 총 9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증발했다. 이렇게 미국 사회에 이 광고에 대해서 각종 매체에서 다뤄지며 이슈가 되고 있을 때 라이언 레이놀즈는 영리하게 마케팅을 진행했다. 자신의 회사인 에비에이션 진에 펠로톤 광고 속의 여자 모델을 그대로 섭외하고 광고의 제목도 펠로톤 광고를 패러디하여 “'The gift That Doesn't Give Back(되돌아오지 않는 선물)'로 지었으며 내용은 멍하니 앉아있는 펠로톤 광속 여자 모델을 친구들이 술 한잔하며 달래주는 내용이다. '이것도 마셔, 여긴 안전해', '너 지금 보기 좋아'라는 친구의 말로 마무리되는데, 남편이 아내에게 살 빼기를 권했던 펠로톤 광고를 비틀어 저격한 셈이다. 이 광고는 공개 75시간 만에 1,0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 광고가 놀라운 이유는 펠로톤의 광고가 공개된 지 36시간 만에 공개가 되었다는 것이다. 펠로톤 광고의 이슈를 확인한 순간 빠르게 움직여 곧바로 섭외하여 패러디 영상을 촬영하고 송출한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 업계에서는 '패스트 버타이징(Fast+Advertising)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이후 라이언 레이놀즈는 자신이 한방 먹였던 펠로톤의 광고도 진행했는데 이 역시 이틀 만에 만들어졌다. 당시 펠로톤은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한 남자 주인공이 펠로톤 자전거를 타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에피소드가 방영되어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남자 주인공을 섭외하여 사이클링 강사와 한 번 더 타자는 대화를 나누는 사이클로 인해 건강해진 모습을 보여주는 콘셉트로 진행했다. 그리고 '그는 살아 있다'라는 나레이션으로 마무리된다.
레이놀즈가 이렇게 우스꽝스럽고 황당한 광고를 만들면서도 인정받는 이유는 웃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알리는 광고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알뜰폰 회사인 민트 모바일의 슬라이드 쇼 영상은 얼마나 저렴한지를 담고 있는데 역시나 레이놀즈 특유의 너스레로 시작한다. 자신의 지저분한 노트북 화면을 보여주며 '아내의 흑역사 사진 폴더' 등 유머러스한 장치를 심어 놓았다.
그다음 프레젠테이션 페이지부터는 프레젠테이션의 형식만 흉내 낼 뿐이고 실제 정보는 다른 통신사 대비 민트 모바일이 저렴하다는 내용밖에 없다. 막대그래프와 원형 그래프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막대그래프에는 다른 통신사 평균 가격 보다 민트 모바일이 저렴하다는 얘기를 하면서 통신사 가격 그래프 옆에 느닷없이 스카이라이팅 (비행기로 하늘에 글씨를 쓰는 서비스) 가격을 함께 넣어 비교한다. 원형 그래프 페이지에서는 갑자기 자신의 영화와 관련된 데이터 숫자를 보여준다.


전화기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의 사진을 띄우고는 초상권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어서 등장시킨 것뿐이라며 농담을 한다. 별 내용도 없이 프레젠테이션은 마무리되고, 마지막으로 thank you 페이지를 45장이나 만들어 넣었다며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 광고는 비록 B급 농담과 어설프고 쓸데없는 슬라이드로 가득했지만, 영상을 다 보고 나면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바로 라이언 레이놀즈가 민트 모바일의 오너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민트 모바일은 저렴하다는 것.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정확히 전달해 호평을 받았다. 마치 친구에게 장난치는듯한 B급 감성의 유머와 이슈 하이재킹, 그러면서도 광고의 근본인 제품을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그의 마케팅 전략이 정형화된 마케팅 업계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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