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변신 <리브랜딩 마케팅>
‘리브랜딩 마케팅’이란 기업의 이미지나 제품들을 소비자의 취향, 기호, 환경 변화 등에 맞게 새롭게 창출하여 소비자에게 인식을 새로 심어주는 활동이다. 브랜드의 심벌과 로고의 변경, 그리고 그에 파생되는 디자인의 통일성 등의 시각적인 변경만이 아닌 마케팅 전략, 광고 콘셉트, 제품 이름, 커뮤니케이션의 변화 등이 모두 리브랜딩을 위한 요소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미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이미지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고 자연스러운 변화가 중요하다.
성공적인 리브랜딩
구찌
2014년까지만 해도 구찌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노쇠한 브랜드였다. 하지만 2015년 신임 CEO로 부임한 마르코 비자리(Marco Bizzari)가 구찌의 액세서리 디자이너였던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하면서 구찌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사회적 기준이나 시선에 자신의 패션을 맞추기보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방식으로 옷을 입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규칙과 성(性), 시대의 구분이 없는 스타일을 창조했다. 또한 핵심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전환해 SNS, 온라인 판매, 한정 판매용 앱, 디지털 아트, 가상 현실(VR) 등 새로운 온라인 작업에 적극 참여했다. ‘구찌’ 또는 ‘구찌스러움(Gucci-ish)’이라는 키워드의 구글 검색 건수가 패션 분야 1위를 차지하면서 밀레니얼의 명품 브랜드가 되었다.
휠라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휠라는 최근까지 ‘아재 브랜드’라 불리며 기존의 올드 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했고, 저조한 영업이익으로 이어졌다. 그러던 2016년, 휠라는 타깃을 20세 이하로 바꾸고 레트로한 디자인의 저가 신발인 ‘코트 디럭스’를 선보였다. 또한 직영 매장을 줄이고 편십숍을 공략하는 등 10~20대의 구매 채널에 집중하면서 뉴트로에 빠진 Z세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코트 디럭스는 3개월 만에 100만족 판매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곰표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 중 일부는 클래식 반열에 오르지만 대부분은 올드 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가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런 점에서 1952년 설립된 대한 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 열풍은 주목할 만하다. 티셔츠, 패딩을 비롯해 맥주, 팝콘, 파운데이션 등 업종을 넘나드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에 '곰표'만 붙이면 완판될 정도로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고 있다. 이런 곰표의 변신에는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는데, 어느 날, 한 직원이 곰표 상표와 더불어 대한 제분의 백곰 캐릭터를 무단으로 사용해 패딩을 파는 ‘4XR’이라는 회사를 발견했다. 무단 도용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그 아이디어가 너무 신선했고 당시 브랜드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던 곰표는 정식 협업을 제안한다. 이것이 곰표가 굿즈 브랜딩을 통해 젊은 층에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올리게 된 출발점이다.
로고를 통한 리브랜딩
70년의 역사를 지닌 '던킨도너츠'는 새 로고에 '도넛'을 제거하고 '던킨'만 남겼다. 도넛 외에도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를 제공하겠다는 던킨의 방향성을 담은 것과 동시에 로고를 간소화함으로써 소비자가 브랜드를 한눈에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화물 운송업체 페덱스는 '페더럴 익스프레스 (Federal Express)'였던 이름을 '페덱스(FedEX)'로 줄이고, 로고에는 E와 X사이에 화살표를 넣어 신속함을 강조하였다. 영어권에서 '페덱스하다'라는 표현이 택배를 보낸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을 만큼 성공적으로 안착하였다.
1977년, 애플은 컬러 모니터를 이용한 최초의 가정용 컴퓨터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컬러풀한 애플 로고를 사용했다. 20년이 지난 후, 스티브 잡스는 ‘단순함(simple)’을 강조하기 위해 색을 없애고 형태만 남은 새롭고 단순한 로고를 디자인해서 발표했다. 단순함이 모토인 미래 애플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리브랜딩이었다.
실패한 리브랜딩
트로피카나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 트로피카나(Tropicana)는 제품 패키지를 리브랜딩 한 후 소비자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기존 패키지가 보여주는 '오렌지에서 직접 뽑은 것 같은 신선한 주스'라는 상징성을 배제한 채 현대적이고 예쁘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한 결과였다. 기존 팩 디자인 제품에 익숙하고 친숙했던 소비자들이 새로운 팩 디자인에 거부감을 가지게 될 만큼 소비자와 제품과의 정서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다. 매출이 20%나 급격하게 떨어지자 결국 트로피카는 디자인을 바꾼 지 2개월 만에 다시 원래의 디자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특별히 문제점이 없다면 섣불리 고치려고 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리브랜딩 실패 사례이다.
GAP
‘브랜드와 소비자의 갭(GAP)’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갭의 로고 디자인 변화는 충격적이었다. 갭 하면 떠오를 정도로 독특한 기존의 세리프체의 로고 디자인을 버리고 당시 많은 사랑을 받던 산세리프체를 적용한 것도 모자라 대문자까지 소문자로 바꿔버리면서 마치 어느 시장에 파는 짝퉁처럼 느껴지게 했다. 이 로고를 사용하면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갭 공식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비난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디자인 커뮤니티에선 내가 더 잘 만들 수 있겠다며 자체 콘테스트까지 열리기도 했다. 결국 10일 만에 원래 로고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렇게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가 확고할 경우엔 리브랜딩에 있어서 그 가치를 살리고 어느 정도는 유지해야 하고 소비자가 오랜 시간 쌓아온 편안함과 친숙함을 이해해야 한다.
코카콜라
콜라의 대명사인 ‘코카콜라’는 1980년대 펩시 콜라의 상승세로 서서히 시장을 빼앗기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코카콜라는 새로운 제품을 내세우기 위해 약 20만 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맛 테스트를 하였고 60%의 선호도를 받은 맛을 최종 선택하여 100년 만에 ‘New Coke’를 새로 출시하였다. 하지만 수많은 항의 전화와 편지를 보내고 집단 소송까지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코카 콜라는 두 달 반 만에 ‘코크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진열대에 올려놓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맛’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마셨던, 일상이 되어버린 코카콜라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브랜딩은 제품의 맛, 성능, 기능뿐만 아니라 그 제품에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감정적 관여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