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번화가 혹은 맛집이 즐비한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해당 상점, 식당 안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모습은 예전보다 흔하게 볼 수 있다. 보통은 가게 안이 사람들로 가득하거나 타 지역에서도 찾아올 만큼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소인 경우가 많다. 요즘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웨이팅이 자리한 곳의 손님이 내부에 많을 거라 예상하고 안을 들여다보면 널찍한 공간 속 가게에 10명 남짓인 상황도 있다. 이는 단순히 웨이팅을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용도가 아닌 또 다른 마케팅의 요소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웨이팅을 즐긴다?
기다리는 걸 누가 좋아할까? 당연히 한번 먹기 위해 억지로 기다리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MZ 세대는 오히려 웨이팅을 즐기고 있었다. 카페, 공원, 백화점 등 오프라인 공간뿐 아니라 명품 및 중고 거래, 콘서트 티켓팅 등 온라인에서도 웨이팅에 지배당하기도 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MZ 세대는 왜 이 지루한 기다림을 즐기는 것일까? 첫 번째는 단순히 너무 원하기 때문이다. 그게 음식이든 갖고 싶은 아이템이든 누구나 한 가지쯤은 있다. 포켓몬 덕후가 빵은 버리면서까지 띠부띠부씰을 손에 넣으려고 편의점 물류 배송 차량을 따라다니듯이 말이다. 한때 엄청난 인파가 몰렸던 쉑쉑버거와 고든램지 버거는 꽤 비싼 가격임에도 많은 사람이 몰렸다. 또한 의사결정 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을 생각해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 조금 더 버텨서 먹거나 갖겠다고 생각한다.
한국 요식업계의 선두주자 백종원은 백종원의 푸드트럭 당시 “음식으로 사람을 끌어모으기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냄새로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웨이팅이 형성된 가게 또한 행인들의 시선을 끌기 위함이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면 지나가던 행인들은 이를 보고 인기가 많거나, 핫플레이스라고 쉽게 예상할 것이다. 이렇게 어떠한 행동의 옳고 그림과 관계없이 집단의 판단을 따르는 현상을 사회적 동조라고 한다. '유행'도 사회동조현상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는 대중의 생각을 따르지 않을 경우 소외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편승효과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편승효과는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현상을 뜻한다. 이는 마케팅 전략으로 자주 쓰이는 방법으로 특히 SNS에서 활용 빈도가 높다. 몇 년 전 모두를 쥐락펴락했던 허니버터칩 대란은 편승효과를 대변해 주는 대표적 사례다.
MZ 세대에게는 웨이팅도 소비의 한 과정이자 놀 거리이다. '빵 크지 순례'란 전국의 유명한 빵집을 찾아다니는 일을 '성지순례'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 학과 교수는 “방지 순례 같은 경우 MZ 세대는 먹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보물 찾기’와 같은 게임으로 인식한다"라며 “줄을 서서 맛집을 찾고, 오픈런하는 것도 ‘내가 이걸 먹기 위해 어느 지역을 찾아서 무엇을 했다’는 만족감이 주는 경험 소비의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놀이란 단순히 기다리는 시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다림 + 소비 + 인증'까지 포함된 하나의 큰 틀이다. 내가 오랜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비를 한 것을 인증하지 못하고 나 혼자만 안다고 한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웨이팅을 즐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은 SNS에 자신의 활동을 스토리나 피드 형태로 올리고 있다. 오늘 갔던 카페, 어제 본 영화, 주말에 갔던 공원, 이번 달 플렉스한 명품 등 다양한 일상을 공유한다. 나아가 팔로워나 인플루언서의 피드를 보면서 요즘 유행하는 것을 자연스레 접하고 이를 따라 한 후 SNS에 공유한다.
2021년, 샤넬 매장 앞에는 오픈 시간 훨씬 이전부터 줄을 서서 대기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체 소비심리와 리셀 테크 유행이 더해져 명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오픈런 이라는 단어도 이때 탄생했다. 샤넬은 중고 상품이라도 가격 방어에 뛰어나며 리미티드 에디션의 경우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최적의 소비 및 투자 상품이었다. 샤넬의 브랜드 가치 및 판매 전략과 MZ 세대의 상품 수요가 정확히 맞아떨어져 수백 명의 웨이팅을 유도했다. 이는 명품 테크를 활용한 대표적 웨이팅 사례다.
원소주는 일반적 전통술과 달리 트렌디하고 힙한 패키지를 활용해 MZ 세대를 사로잡았다. 더현대 서울에 연 1차 팝업스토어는 개장 전부터 천명 이상 줄을 설 정도로 대중의 관심과 기대가 높았고, 1주일간 총 3만 명이 방문했다. 초기 생산 물량 2만 병이 2주 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온라인에서도 원소주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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