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 마케팅이란 Product in placement의 줄임말로 특정 기업(광고주)이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는 대신 자사 제품이나 브랜드 로고 등을 화면에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간접광고이다. 원래는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할 때 소품을 배치하는 업무를 뜻하던 용어였으나 최근에는 이것의 광고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브랜드명이 보이는 상품뿐만 아니라 이미지, 명칭 등을 노출시켜 관객과 시청자에게 홍보하는 일종의 광고 마케팅 전략을 뜻한다.
PPL의 시작
최초의 PPL은 1945년 개봉한 영화 ‘밀드레드 피어스’지만 당시에는 단순 소품으로 나와 큰 반향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본격적인 PPL은 1982년 개봉한 스티븐 스틸버그의 영화 ‘ET’에서 시작되었다. 주인공 소년이 ET에게 초콜릿을 건네주며 회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 속에 등장한 허쉬의 ‘Reese’s Pieces’ 초콜릿은 개봉 직후 2주 만에 65% 매출액 증가라는 엄청난 광고 효과를 거두게 된다. 당시 유니버설 픽처스는 M&M에 먼저 PPL 제안을 했지만 M&M 측은 ET의 흥행이 저조할 것이라고 생각해 거절했다. 이를 눈여겨보던 허쉬에서 지원을 하며 역대급 전설 PPL의 주인공이 되었다.
PPL의 비밀
역대 최고의 PPL이라고 평가받는 영화 캐스트어웨이의 'FedEx'는 총 러닝 타임 146분 중 70분 동안이나 노출하고 있는데 그 비용은 0원이다. 이는 역사상 유례없는 브랜드 노출이다. 2015년 ‘007 스펙터’ 제작 시 소니와 삼성이 각각 260억, 623억을 제안할 정도로 할리우드 영화 시장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생각하면 더 놀라운 사실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작가가 처음부터 FedEx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이다. 오히려 FedEx에 로고 사용 승인을 요청하였는데 비행기 추락 신이 있어서 거절하려던 FedEx는 엔딩에 주인공이 마지막까지 배송하는 장면이 있어서 오랜 고민 끝에 승낙했다. FedEx는 현금 지원 대신 영화에 등장하는 FedEx 차량, 패키지, 작업복, 비행기와 공항 촬영까지 허용해 주었다.
또 하나, 주인공 톰 행크스가 무인도에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배구공에 얼굴을 그려 만들어낸 친구 ‘윌슨’은 아직도 캐스트어웨이 에디션으로 판매 중이다. 그리고 실제 영화에 소품으로 쓰였던 그 배구공은 2021년 경매에서 3억 6000만 원에 팔렸다.
이게 협찬이었다니?
'미생'은 한 무역회사를 배경으로 직장인의 삶을 그리는 이야기로, '사무실'이 주요 배경이다. 극 중 인물들은 수시로 회의를 하고, 업무처리를 위해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을 새 없다. 틈이 날 때는 어김없이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며 머리를 식히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 장면 안에도 많은 PPL이 숨어있다. 인스턴트커피와 음료수 자판기 그리고 사무실 이곳저곳에 있는 A4용지들 그리고 전날 회식으로 과음한 뒤 팀원들끼리 마시는 숙취해소 음료 등이 자연스럽게 놓여있다. 이런 광경은 실제 우리 사무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연출자 김원석 PD는 기혹 단계에서부터 드라마와 어울리는 협찬만 받도록 방송사 측에 주문했다. 거액의 제작비를 제공해 준다고 해도 드라마의 방향과 다르거나 어색한 제품이면 '받지 않겠다'라고 고집했다. 이 때문에 미생의 PPL은 드라마의 완성도와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욕심은 무리수를 부른다
PPL은 드라마 속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해당 상품을 연출을 하면서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만큼 연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기업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이 좌우하게 된다. 그래서 드라마 속 흐름을 방해하는 과도한 PPL은 오히려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협찬은 곧 제작비이기 때문에 투자를 받으려면 어떻게든 구겨 넣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KBS2 드라마 '용팔이'에서는 모바일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인 ‘직방’을 광고한다. 극 중 김태희와 주원이 애틋한 사랑을 시작해 같이 살 집을 찾아보는 장면에서 갑자기 앱을 켜 방을 찾아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실제 해당 앱의 모델은 주원으로, 특히 “핸드폰 줘봐. 방 알아보게.” “음, 이거 괜찮네. 어때?”라는 노골적인 대사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었다. 이후 용팔이의 PPL 장면은 ‘방팔이’ 라는 수식어를 얻고 예능에서 패러디 되는 등 역대급 무리수 장면으로 남았다.
KBS 미니시리즈 ‘후아유-학교 2015’에서는 아이돌 그룹 비투비 멤버 육성재가 아버지와의 갈등 끝에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에서 외발 전동휠을 탄 채 도로를 달린다. 분노에 가득 차 마구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데 진지한 장면에서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황당함을 느낀 시청자들이 많았다. 심지어 외발 전동휠은 도로 주행 자체가 불법이다. 이 영상은 ‘요즘 드라마의 흔한 폭주족'이라는 제목으로 SNS 상에 퍼지며 최악의 PPL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너무나 유명한 ‘’김치 싸대기’, ‘공기청정기’, ‘파프리카' 등 많은 간접 광고가 있다. 드라마는 잊혀져도 이런 무리수 장면들은 레전드로 남아 아직도 온라인상에서 회자되고 있다.
앞 광고의 탄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방송가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솔직하고 당당하게 하자’라는 마인드로 광고임을 밝히고 진행하는 신개념 PPL인 ‘앞 광고’를 내세우고 있다. 방송 도중 ‘제작비 좀 벌고 오겠습니다’라는 자막을 띄우며 당당하게 광고 화면을 보여주는가 하면, 계약 조건을 대놓고 언급하기까지 한다.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에서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면 안 된다는 금기를 깼다. 치킨을 먹는 장면에서 ‘너희들 누구한테 얘기해?’라고 말하자 모두가 일제히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돌린 것이다. 시청자들을 겨냥한 PPL 임을 대놓고 보여주면서 오히려 웃음을 선사해 거부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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