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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멜츠/마케팅 트렌드

이야기로 만든 브랜드의 정체성 <스토리텔링 브랜딩>

롤프 옌센 - 드림 소사이어티

저명한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정보화 시대가 지나면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는 이야기가 부가가치를 만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상품을 사는 것을 넘어 그 상품에 담긴 이야기를 사고 있다. 아이폰은 인터넷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CEO인 스티브 잡스의 개인사, 애플 마니아들이 공감하는 브랜드 애착 관련 이야기를 즐기고 있다. 최근 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가공해 광고 등에 활용하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다. 이야기는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갖게 만드는 설득의 힘이 있다.

 

국순당 백세주

백세주는 소주와 맥주로 양분돼 있던 국내 대중주(酒) 시장에 전통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백세주가 처음부터 큰 인기를 누린 것은 아니다. 여타 다른 주류 업체와 비슷한 마케팅을 시도하던 국순당은 백세주 브랜드의 철학과 성격을 담은 포스터를 기획하게 됐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실려 있는 ‘구기(구기자나무) 백세주’ 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렇게 해서 구기 백세주를 먹어 늙지 않는 젊은 청년(아버지)이 노인(아들)을 회초리로 때리는 그림과 함께 설화 내용을 담은 그 유명한 포스터가 탄생했다.

 

오십세주 제조법

고봉환 국순당 홍보팀장은 “당시 주류 포스터는 수영복을 입은 여성을 등장시키는 내용 일색이었는데, 국순당은 백세주 포스터에 ‘이야기’를 담는 최초의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졌다”고 말했다. 건강주를 콘셉트로 삼은 백세주의 브랜드 스토리는 점차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백세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우 흥미로운 현상도 나타났다. 애주가들 사이에 백세주와 소주를 절반씩 섞어 마시는 이른바 ‘50세주’가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새로운 음주문화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특정 브랜드의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에비앙

에비앙 생수는 알프스 산의 자연수로, 맑고 깨끗한 생수라는 명성으로 세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프랑스의 아름다운 작은 마을인 에비앙은 뒤로는 알프스 산을 등지고 있고, 앞으로는 레만 호수(Lake Leman)를 마주하고 있다. 그곳 고산에서 녹은 눈과 산지의 빗물이 산맥과 오지를 흐르며 15년이라는 자연 여과를 거쳐 만들어진 물이 바로 에비앙 생수다.

1789년 어느 여름날, 신장결석을 앓고 있던 레세르 후작은 긴 투병 생활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에비앙 마을을 산책하던 레세르는 우연히 어느 집 화원에서 나오는 광천수를 얻게 됐다. 그런데 그 물을 꾸준히 마신 후 믿기 힘든 일이 그에게 벌어졌다.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던 신장결석이 기적처럼 완치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에비앙 마을에는 물을 직접 마셔보고 이 기적을 경험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에비앙 물을 처방해 주는 의사가 생겨났고, 나폴레옹 3세와 황후도 에비앙 물에 홀딱 반했고, 이 마을에 '에비앙'이라는 이름을 하사하였다.

 

'젊게 살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에비앙 캠페인

​이후로 에비앙 생수는 천연 광천수 중에서도 ‘귀족’이라고 불렸다. 의학계의 찬사와 함께 에비앙은 모두가 인정하는 가장 건강한 생수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에비앙의 브랜드 스토리는 빠르게 퍼져 나갔고 에비앙은 생수계의 명실상부한 일인자가 되었다. 에비앙의 가격은 몇 천 원, 심지어 몇 만 원이나 하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은 에비앙은 그만 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초코파이 정

'정' 하면 가장 먼저 뭐가 떠오를까? 인심 좋은 할머니, 친구 사이의 배려 등 다양한 것이 생각나겠지만 한국인이라면 '초코파이'라는 네 글자가 스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오리온의 최대 히트작이자 간판 브랜드인 초코파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에 ‘국민과자’라고 부를 만하다. 초코파이가 사랑을 받는 첫 번째 비결은 무엇보다 맛과 품질이다. 초코파이는 특유의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내기 위해 특수한 제조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초코파이의 또 다른 성공 비결로 한국인 고유의 정서인 ‘정(情)’을 내세운 이른바 ‘정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설정해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어필한 것이 큰 효과를 얻었다. 오리온은 1989년부터 정을 핵심 콘셉트로 삼은 초코파이 광고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사 가는 날’, ‘삼촌 군대 가는 날’, ‘할머니 댁 방문’, ‘집배원 아저씨’ 편 등의 연작 광고를 통해 초코파이는 현대인들이 잊기 쉬운 가족과 이웃 간의 정을 일깨우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초코파이 중국 제품

오리온은 가장 큰 해외 시장인 중국에서도 정 마케팅과 유사한 브랜드 스토리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이른바 ‘인(仁) 마케팅’이다. 인은 유교사상의 핵심가치이자 중국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는 덕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리온은 바로 그 점에 착안해 인을 내세운 마케팅을 시작한 것이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중국 시장에서 ‘좋은 친구’라는 의미를 가진 ‘하오리유(好麗友)’라는 브랜드로 팔린다. 또한 제품 포장지에도 정(情) 대신 인(仁)이라는 글자를 크게 새겼다. 중국인들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한 ‘브랜드 현지화 전략’인 셈이다.

 

주룩주룩 양조장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쌀로 신선한 술을 만드는 게 목표였던 주룩주룩 양조장은 그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귀여운 설화를 덧대기 시작했다. 강릉 해변의 구름을 떠먹는 디저트 막걸리 '강릉 구름'을 만들면서 스토리를 넣은 것이다. 돌잡이를 통해 아기 구름신이 어느 영역을 관장할지 결정되는데 강릉 신들이 선호하는 소나무, 동해, 커피, 일출을 제치고 쌀로 만든 술을 선택했다는 아기 구름신 스토리인데, 강릉을 찾은 관광객들이 강릉 구름을 떠먹는 기분을 선물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실제 강릉 구름신을 모신다는 컨셉을 더한 것이다.

 

주룩주룩 양조장

단순히 새로운 디저트를 개발했다는 소식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고객들이 스스로 구름신인 것처럼 구름을 맛본다는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신화를 빌려온 것이다. 실제로 홍보물도 부적을 연상시키는 형태의 지류 홍보물로 만들고, 현금을 담아내는 통도 하나의 사주함처럼 만들었다. 컨셉을 브랜딩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이야기뿐 아니라 그 외에 보여지는 오브제도 함께 컨셉화 했다.

 

주룩주룩 양조장

다양한 공지를 알리는 간판까지도 흔한 신점집에서 볼 수 있던 붓글씨 흘림체로 사용해 전체적인 통일감을 살렸다. 이렇게 한 기업이 스토리텔링을 브랜드에 반영하기 위해 진심을 다하는 모습은 컨셉이나 세계관 등을 즐기는 MZ 세대 소비자에게 흥미로운 자극을 자연스레 선사하게 된다. 단순히 소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세계관에 진입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렇듯 흥미 있는 이야기가 담긴 상품은 단순히 우수한 품질이나 디자인을 가진 제품보다 더욱 매력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에 대한 기능을 따분하게 늘어놓기보다 고객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꿈꾸는 바를 흥미 있는 이야기를 통해 부드럽게 풀어 가면 고객에게 다가가기가 더욱 쉽다.

 

 

 

 

 

 

카라멜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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